일본 NISA 10년 결과 — 한국 ISA가 가져갈 부분과 못 가져갈 부분

일본 금융청이 2025년 4월 NISA 도입 10주년을 정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4년 1월 첫 가입을 시작한 NISA가 10년 만에 누적 가입자 약 2,180만 명에 도달했고, 운용 자산이 약 38조 엔(약 340조원)을 기록했다. 일본 성인 인구 약 1억 500만 명 중 20%가 NISA에 가입한 셈이다. 한국 ISA 가입자 비중 약 11%(2024년 기준)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 NISA 10년 데이터가 한국에 시사점을 주는 게, 같은 비과세 투자 계좌 정책의 장기 결과를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ISA가 2016년 도입돼 9년차에 들어선 시점에서, 일본의 10년 누적 결과는 한국 정책의 향후 5~10년 흐름을 예측하는 가장 가까운 비교 사례다. 일본이 성공한 부분과 실패한 부분을 분리해서 보면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가 좀 더 분명해진다.

NISA 10년 누적 결과 — 정책이 만든 변화

일본 금융청의 10주년 보고서를 분해하면 NISA가 만든 변화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가계 금융 자산의 주식·펀드 비중 증가. 일본 가계 금융 자산 중 주식·펀드 비중이 2014년 약 14%에서 2024년 약 19%로 5%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예적금 비중은 약 53%에서 50%로 줄었다. NISA가 단순한 절세 도구가 아니라 일본 가계 자산 배분의 구조를 바꾼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둘째, 20~30대 청년 가입의 가속. 2014년 NISA 신규 가입자 중 20~30대 비중이 약 18%였는데, 2024년에는 약 47%로 30%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이 NISA를 주된 자산형성 도구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자리잡았다. 평균 가입자 연령이 약 51세에서 39세로 12세 낮아졌다.

셋째, 한도 확대의 가속 효과. 2024년 신NISA로 개편되면서 연 한도가 120만 엔에서 360만 엔으로 세 배 늘었다. 그 결과 2024년 한 해 신규 자금 유입이 약 18조 엔으로 2023년 대비 약 4.5배 늘었다. 한국이 추진하다 무산된 ISA 한도 확대가 일본에서는 실제로 정책 효과를 만들었다는 사례다.

NISA의 한계 — 부모 자산이 결과를 결정한다

일본 금융청 보고서가 가장 무겁게 짚는 점이 NISA의 한계다. 정책 도입 후 일본 청년의 자산 형성에 NISA가 기여한 게 분명하지만, 그 기여가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024년 NISA 신규 가입자의 가입 자금 출처를 분해하면 약 60%가 부모로부터 받은 시드머니였다. 본인 노동 소득으로 NISA에 가입한 비중은 약 35%다. 나머지 5%는 결혼·증여 등 다양한 출처. 정책 자체는 모든 성인에게 열려 있지만, 막상 NISA에 자산이 쌓이는 결과는 부모로부터 시드머니를 받을 수 있는 청년에게 집중됐다.

일본 금융청은 이 결과를 정책의 한계로 명시했다. 비과세 도구 제공이라는 정책 설계가 부모 자산 보유 격차를 자녀 세대 자산 격차로 전이시키는 메커니즘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ISA·청년 정책 자금 분석에서 짚는 우려와 거의 같은 결론이다.

한국 ISA 9년차와 일본 NISA 10년차 비교

지표한국 ISA (2025년)일본 NISA (2024년)
운영 연수9년10년
누적 가입자약 480만 명약 2,180만 명
성인 인구 대비 가입률약 11%약 20%
운용 자산약 26조원약 340조원
비과세 한도 (일반형)연 200만원연 360만 엔 (약 3,200만원)
20~30대 가입 비중약 38%약 47%

표가 보여주는 차이가 결정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비과세 한도다. 일본은 한국의 약 16배 한도를 제공한다. 이 한도 차이가 운용 자산 규모(한국 26조원 vs 일본 340조원)에 직접 반영된다. 한국 ISA가 일본 NISA의 7~8% 규모에 머무는 게 정책 설계의 한도 차이에서 거의 그대로 설명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5년 ISA-NISA 비교 분석 보고서는 이 점을 짚는다. 한국 ISA의 향후 성장은 한도 확대 정책 결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도가 현재 200/400만원으로 묶여 있는 한 일본 수준의 가입률·운용 자산 도달은 어렵다. 한국이 ISA 한도 확대 정책을 다시 추진할 시점이 정치 일정상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한국이 일본 사례에서 가져갈 셋

첫째, 청년 자산형성에 NISA·ISA가 핵심 도구가 된다는 점이 데이터로 확인된다. 일본 청년 NISA 가입 비중 47%는 청년이 자산형성 도구로 비과세 투자 계좌를 받아들이는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도 같은 흐름이 시작됐고,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한도 확대가 결정적 변수다. 일본 NISA가 2024년 한도를 3배 늘리자 신규 자금이 4.5배 들어왔다. 한국 ISA 한도 확대가 다시 추진되면 비슷한 효과가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본인이 ISA 가입자라면 한도 확대 정책 변화를 주시하는 게 향후 자산 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셋째, 비과세 도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일본 NISA 10년 결과가 보여준 가장 무거운 점은 정책 자체가 자산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부모 시드머니 없이 NISA·ISA를 활용하는 청년이라면 정책 도구의 효과보다 본인 노동 소득의 누적이 자산 형성의 본질이라는 점을 깔고 가야 한다.

일본 NISA 10년 데이터는 한국 ISA의 향후 10년 시나리오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다. 가입자 가속·운용 자산 증가·청년 비중 증가의 긍정 신호가 한국에서도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자산 격차 해소 측면에서는 정책의 한계가 분명하다. 본인 가구가 ISA를 활용하는 방식과 본인 노동 소득의 자산형성 비중을 같이 두고 보는 게 정책 효과를 본인 자산으로 가져오는 작업이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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