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100조원 돌파 — 한국 자산운용업의 구조 변화

한국거래소가 2025년 12월 ETF 시장 결산을 정리하면서 한국 ETF 순자산 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발표를 냈다. 2002년 첫 ETF 상장 이후 23년 만이다. 같은 발표에서 2024년 한 해 신규 자금 유입이 약 18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도 같이 짚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ETF 시장이 차지하는 위치가 단순한 보조 수단에서 주류 자산형성 도구로 이동했다는 신호다.

100조원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시장 규모 지표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한국 자산운용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고, 그 변화가 향후 5~10년 한국 가계의 자산 형성 경로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일본의 ETF 시장 성장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이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갈지가 좀 더 분명해진다.

한국 ETF 시장 23년 성장 — 구간별로 풀면

시점ETF 순자산주요 사건
2002년약 0.3조원한국 첫 ETF (KOSEF) 상장
2010년약 6조원해외 지수 ETF 본격 도입
2015년약 21조원국내·해외 분산 ETF 다변화
2020년약 52조원코로나 사이클 신규 가입자 급증
2024년 말약 100조원최초 100조 돌파, 개인 직접 매수 비중 65%

가장 흥미로운 게 2020년 이후 가속이다. 2020년 52조원에서 2024년 100조원으로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전 8년(2010~2018)에서도 비슷한 성장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이클 이후의 4년 가속은 개인 직접 매수 비중이 65%까지 올라온 게 핵심 동력이다. 2010년대 ETF 자금이 주로 기관·연기금 중심이었다면, 2020년대는 30~40대 개인이 직접 매수하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5년 ETF 시장 분석 보고서는 이 패턴을 짚는다. 한국 개인의 ETF 매수 평균 보유 기간이 약 14개월로, 미국 개인 평균 31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평균 보유 기간이 5년 전 약 7개월에서 두 배로 늘어난 점이 흥미롭다. 단기 매매 패턴에서 중기 적립식 패턴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운용업 구조 변화 — 액티브 펀드의 자리가 좁아진다

ETF 100조원 시대가 한국 자산운용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액티브 펀드 시장의 위축으로 직접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의 2025년 펀드 통계를 보면 한국 액티브 주식형 펀드 순자산이 2020년 약 82조원에서 2024년 약 47조원으로 4년 동안 약 43% 줄었다. 같은 기간 ETF는 두 배로 늘었다.

이 대체 패턴이 한국 자산운용업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액티브 펀드의 평균 운용 보수가 연 1.2~1.5%인 반면, ETF는 0.05~0.5% 수준이다. 같은 자금 100조원이 액티브에서 ETF로 옮겨가면 운용사 합산 수수료 수입이 약 1조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수익성이 직접 압박받는 구조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의 2024년 자산운용업 구조 분석 보고서가 이 점을 짚는다. 한국 자산운용업이 향후 5년 동안 ETF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액티브 펀드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 운용사가 인수합병 또는 폐업하는 사이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2023~2024년 사이 5개 중소 운용사가 통합되거나 사업 축소했다.

미국·일본 비교 — 한국 ETF 시장은 어디쯤 와 있나

국제 비교로 보면 한국 ETF 시장 100조원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미국 ETF 시장 순자산이 2024년 말 약 9.7조 달러(약 1만 4천조원)로 한국의 약 140배다. 일본 ETF 시장은 약 87조 엔(약 770조원)으로 한국의 약 7.7배다.

다만 GDP 대비 ETF 비중을 보면 격차가 좀 좁혀진다. 한국 GDP 대비 ETF 비중 약 4.5%, 일본 약 22%, 미국 약 35%다. 한국이 미국·일본보다 낮지만, 같은 시기 미국과 일본의 ETF/GDP 비중 4.5% 시점이 각각 1995년과 2005년이었다. 한국이 미국·일본 ETF 시장의 약 20~30년 전 위치에 와 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비교 지점이 ETF 시장 100조원 이후의 흐름이다. 미국이 100조원 시점(1995년)에서 GDP 35%까지 성장하는 데 약 30년이 걸렸고, 일본은 100조원 시점(2005년)에서 GDP 22%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한국이 같은 경로를 따라가면 향후 20년 동안 ETF 시장이 추가 5~7배 성장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가 점검할 셋

ETF 시장 100조원 시대가 본인 자산 형성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본인의 활용도에 달려 있다. 셋을 점검하면 본인 위치가 분명해진다.

첫째, 본인 자산 중 ETF 비중을 확인하라. 한국 개인 평균 ETF 보유 비중이 금융 자산의 약 18%다. 미국 개인 평균 약 35%의 절반 수준이다. 본인이 평균 이상에 들어가 있는지, 평균 미만인지에 따라 ETF 활용 가속 여지가 다르다.

둘째,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적립식 패턴으로 전환하라. 한국 개인 평균 보유 기간 14개월이 미국 31개월의 절반인 게 단기 매매 패턴이 아직 강하다는 신호다. ETF는 적립식 매수가 장기 수익에 결정적이다. 본인 평균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매매 빈도를 줄이는 게 직접 효과를 만든다.

셋째, 운용 보수 0.5% 이상 ETF는 같은 지수 추종 ETF로 교체 검토. ETF 시장이 커지면서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여러 개 상장되는 케이스가 늘었다. 운용 보수가 0.05%인 ETF와 0.5%인 ETF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 30년 누적 수익 차이가 약 15~20%에 달한다. 보수 점검만으로도 본인 자산이 늘어난다.

한국 ETF 시장 100조원 돌파는 자산운용업의 구조 변화 신호이자, 개인 투자자에게 더 다양하고 저렴한 자산 형성 도구가 열린다는 신호다. 미국·일본 사례를 보면 이 시장이 향후 20년 동안 GDP 대비 비중을 20~3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 안에서 본인 자산 형성 전략을 ETF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에 같이 올라타는 작업이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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