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16.5% 세액공제, 2026 세제개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5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연말 결산이 정리됐을 때, 한 줄짜리 숫자가 시장에서 회자됐다. 국세 수입이 본예산 대비 약 12조원 부족했다는 발표였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세수 결손이고, 누적 규모가 80조원에 가까워졌다. 같은 시점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2026년 세제개편안 검토에 들어갔고, 그 안에 연금계좌 세제가 검토 항목으로 포함됐다.

여기서 검토 대상이 된 게 연금저축 세액공제의 핵심 골격이다. 현재 연금저축과 IRP 합산 한도 900만원까지 16.5%(총급여 5,500만원 이하) 또는 13.2%(초과)를 즉시 환급해주는 구조. 한 해 최대 환급액이 148만 5천원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이 두툼한 편이고, 그 두툼함이 세수 손실로 직결된다는 게 기획재정부 내부 검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던질 만한 질문이 하나 있다. 16.5%라는 환급률이 2026~2027년 세제개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어떤 조건으로, 깎인다면 어디까지 깎일까. 그리고 가입자는 지금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세수 손실 규모 — 한 해 5조원 안팎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금계좌 세액공제 통계를 보면, 2024년 신고 분 기준 연금저축·IRP 세액공제로 환급된 총액이 약 4조 9천억원이다. 가입자 수로 환산하면 약 350만 명. 1인당 평균 환급액이 약 140만원선이라는 얘기다. 한도 풀(900만원) 활용 비중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게 가장 큰 표적 중 하나다. 한 해 5조원에 가까운 세수가 연금계좌 환급으로 빠져나간다. 환급률을 16.5%에서 13.2%로 통일하기만 해도 산술적으로 세수 1조원이 회수된다. 한도를 9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깎으면 추가로 1조원이 따라붙는다.

다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4년 노후 정책 평가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2055년 적립금 고갈 추계를 받은 상황에서 사적연금 가입 유인을 깎는 게 노후 자금 부족을 가속화한다고 짚는다. 같은 보고서가 추정한 한국 가구 평균 노후 자금 부족액이 1억 8천만원. 연금저축 환급률을 깎으면 그 부족액이 2억원대로 늘어난다는 추정이다. 5조원 세수를 회수하려다 노후 복지 부담이 그 두 배 이상으로 따라붙는 구조다.

OECD 비교 — 한국이 정말 두툼한가

한국 연금저축 세액공제가 OECD 평균보다 후한지 여부는 기획재정부와 보험·금융업계가 자주 충돌하는 지점이다. OECD Tax Database의 2024년 사적연금 세제 인센티브 자료를 보면, 회원국 38개국의 평균 환급률·소득공제율이 한국과 어떻게 갈리는지가 정리돼 있다.

국가사적연금 세제 인센티브 방식실효 인센티브율
한국세액공제 16.5% / 13.2%, 한도 900만원약 16.5%
미국 (401k·IRA)소득공제 (한계세율 적용)약 22~37%
일본 (iDeCo)소득공제 (한계세율 적용)약 20~33%
영국 (SIPP)소득공제 + 정부 매칭약 20~45%
독일 (Riester)정부 매칭형 + 부분 세액공제약 15~25%
OECD 평균 (실효)혼합형약 22%

표만 보면 한국의 16.5%가 OECD 평균(22%)보다 낮은 편이다. 단순히 환급률만 비교하면 그렇다. 다만 이건 함정이 있다. 미국·일본·영국·독일은 한계세율 기반 소득공제 방식이라 고소득자가 더 큰 혜택을 본다. 한국의 16.5% 세액공제는 저·중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후하다. 같은 한도 900만원을 부담해도 한국 저소득 청년이 받는 혜택이 미국 저소득 청년보다 크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검토 방향이 흥미로운 게 이 지점이다. 16.5%를 그대로 두고 한도만 깎거나, 한도는 그대로 두고 환급률을 13.2%로 통일하는 두 가지 옵션 사이에서 무게가 잡힌다. 어느 쪽이든 평균 가입자의 한 해 환급액이 30~50만원 줄어든다.

정치적 변수 — 50~60대 표심이 묶고 있다

연금저축 세액공제 가입자의 인구 구성도 정책 결정에 무게를 더한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연금저축·IRP 가입자의 약 55%가 40~50대다. 60대 이상도 15%. 한 해 평균 환급액 140만원이 이 연령대 가구의 가계 운영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가 환급률을 깎으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게 이 50~60대 가입자다. 한국 정치 일정상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7년 3월 대선이 코앞에 있는 시점에서 이 연령대를 직접 타격하는 세제 개편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의 2025년 연금 정책 분석 보고서가 이 점을 짚는다. 세제 개편의 경제적 타당성과 정치적 가능성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4년에도 비슷한 검토가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환급률 통일안을 검토하다 막판에 빠진 사례다. 같은 패턴이 2026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본 사례 — 사적연금 세제를 깎은 직후 뭐가 벌어졌는가

한국이 지나갈 길을 미리 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17년 iDeCo(개인형 확정기여연금) 세제 인센티브를 일부 조정했다. 한국의 16.5%처럼 직접 환급률을 깎은 건 아니지만, 일정 소득 구간 위 가입자의 한도를 줄였다. 일본 국세청의 2018~2020년 신고 자료를 보면 한도 조정 직후 1~2년 동안 가입자 수가 8% 감소했고, 평균 납입액이 12% 줄었다.

일본 금융청은 이게 노후 자금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보고서를 2023년에 내놨다. 결론은 정확했다. 세제 인센티브 조정 후 가입한 청년·중년의 만기 시점 자산 형성액이 조정 전 가입자보다 평균 18% 낮았다. 단기 세수 회수는 성공했지만, 장기 노후 복지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 정책 결정자들이 일본 사례를 참고하지 않는 게 아니다. KDI도, KIF도, 보험연구원도 이 일본 사례를 인용한다. 다만 결국 정책 결정은 단기 세수 균형과 정치적 타이밍 사이에서 이뤄진다. 일본도 그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입자가 지금 점검할 두 가지

연금저축 세액공제가 2026~2027년 개편에서 어떻게 정리될지는 정치 일정과 세수 회수 압력 사이에서 결정된다. 한 가지 방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가입자 입장에서 지금 점검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한도 풀 활용을 앞당겨라. 환급률·한도 어느 쪽이 깎이든, 깎이는 시점 이전에 납입한 금액에는 기존 세제가 적용된다. 한도 900만원을 매년 풀로 채울 여력이 있는 가입자는 2026년분, 2027년분을 한도까지 끌어올리는 게 안전하다. 1년 늦으면 환급액 30~50만원이 사라질 수 있다.

둘째, 연금저축펀드와 ISA의 조합을 점검하라. ISA 만기 후 연금계좌 이전 시 추가 세액공제 300만원이 적용된다. 이 한도는 별도 운용이다. 연금저축 한도가 깎이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돼도 ISA 이전 한도는 별도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 계좌의 운영을 5년 단위로 묶어서 보면 세제 변동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한국 연금저축 세액공제 16.5%는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이 부러워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한국 청년·중년·노년이 지금 사용 가능한 자산형성 도구 중 가장 즉시·확정 수익이 큰 건 사실이다. 그 도구가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지가 2026~2027년 세제개편 협상의 핵심이 된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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