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노후 자금 5억 도달 — 한국 가계 평균이 보여주는 실체

통계청이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한 가지 비교가 시장에서 회자됐다. 50대 가구주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약 4억 8천만원이라는 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50대 노후 자금 목표치가 5억원이라는 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었다. 통계만 보면 평균 50대 가구가 노후 자금 목표를 거의 채운 셈이다.

그 일치가 안심을 주는 숫자인지, 아니면 평균값의 함정이 가린 그림인지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 5억이라는 권장치는 어디서 왔고, 평균 50대 가구가 가진 4억 8천만원이 실제로 노후를 어떻게 받쳐주는지, 그리고 어떤 가구가 이 평균에 닿지 못한 채 60대로 넘어가는지를 분리해서 보면 평균값 뒤의 실체가 드러난다.

4억 8천만원의 실제 구성 — 그 중 노후에 쓸 수 있는 돈은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해하면 50대 가구주 가구의 자산이 다음과 같이 갈린다. 총자산 약 6억 4천만원, 부채 약 1억 6천만원, 순자산 약 4억 8천만원. 자산 중 부동산이 약 4억 9천만원으로 76%, 금융 자산이 약 1억 5천만원으로 24%다.

항목평균 금액노후 활용 가능성
거주 주택약 4억 1천만원매도 불가능 시 주택연금만 가능
전·월세 보증금·기타 부동산약 8천만원회수 가능
예적금약 6천만원직접 사용 가능
연금저축·IRP약 4천만원만 55세 이후 인출 가능
주식·펀드·ETF약 3천만원매도 가능
기타 금융 자산약 2천만원변동

여기서 흥미로운 게 거주 주택 4억 1천만원의 위치다. 5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 4억 8천만원 중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85% 안팎이다. 다만 거주 주택은 본인이 그 집에 살고 있는 한 노후 자금으로 직접 꺼내 쓸 수 없다. 주택연금으로 전환하거나, 더 작은 집으로 다운사이징해 차익을 회수하지 않으면 노후 생활비로 흐르지 않는다.

거주 주택을 빼고 노후에 직접 쓸 수 있는 자산만 추리면 약 2억 3천만원이다. 권장 노후 자금 5억의 절반이 안 된다. 평균 50대 가구가 가진 노후 자금이 권장치를 거의 채웠다는 통계의 외형과, 실제로 노후에 꺼내 쓸 수 있는 자산이 절반 수준이라는 실체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

5억이라는 권장치는 어디서 왔나

한국에서 통용되는 노후 자금 5억원 권장치는 KDI와 한국개발연구원·금감원이 공동으로 산출하는 노후 적정 생활비 모델에서 나온다. 60세 부부 기준 적정 월 생활비 약 280만원, 활동 가능 기간 25년(60~85세), 인플레이션 연 2%를 깐 단순 계산으로 약 5억원이 도출된다.

여기서 빠진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공단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입자 평균 월 수령액이 약 65만원이다. 부부 둘 다 가입자라면 약 130만원이 매월 들어온다. 이 금액을 25년 깔면 약 3억 9천만원어치 현금흐름이 된다. 결과적으로 가구가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노후 자금이 5억이 아니라 약 1억 1천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 계산도 두 가지 가정을 깔고 있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 65만원이 본인에게도 적용된다는 것, 그리고 부부 둘 다 가입자라는 것.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단신 가구라면 수령액이 평균보다 낮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4년 노후 자금 분석 보고서는 평균 50대 가구의 실제 노후 자금 부족액이 약 1억 8천만원이라고 추산한다. 거주 주택을 빼고 본 실제 가용 자산 2억 3천만원에 이 부족액 1억 8천만원을 더하면 약 4억 1천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OECD 비교 — 한국 50대가 정말 부족한가

한국 50대 가구의 노후 자금이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어디쯤인지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4를 보면 노후 소득 대체율(은퇴 직전 소득 대비 노후 소득 비율)이 한국 약 31%, 일본 약 35%, OECD 평균 약 50%, 미국 약 49%, 독일 약 53%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노후 소득 대체율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게 있다. 한국의 31%는 국민연금만의 수치다. 사적연금(연금저축·IRP·퇴직연금)을 합산하면 약 40%까지 올라간다. 다만 사적연금 가입률이 50대에서 약 35% 수준이라 가입한 가구만 보면 50% 안팎으로 올라가고, 미가입 가구는 31%에 머문다. 한국 50대 가구 중 사적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사이의 노후 소득 격차가 이 35%에서 시작된다.

일본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일본 50대의 사적연금(iDeCo·기업형 DC·NISA 등) 가입률이 약 60%다. 한국보다 25%포인트 높다. 일본 50대 가구가 한국 50대보다 노후 자금 자체가 더 많은 게 아니라, 그 자금이 사적연금에 분산돼 있어서 노후 현금흐름이 더 안정적이라는 차이다. 한국이 평균 자산 규모는 일본보다 크지만, 그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노후 현금흐름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평균값이 가린 분포 — 하위 40% 50대 가구의 위치

평균값 4억 8천만원이 모든 50대 가구의 실제 상황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위로 분해하면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이 약 11억원이고, 하위 40%의 평균이 약 1억 6천만원이다. 같은 50대인데 5억 차이가 7배 가까이 벌어진 분포다.

하위 40% 50대 가구가 1억 6천만원의 순자산으로 60대를 맞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가 한국 노후 정책의 진짜 시험대다. 국민연금이 깔리지만 평균보다 낮은 가입 기간으로 월 수령액이 50만원 이하인 케이스가 다수다. 사적연금 가입률은 약 15%에 머문다. 거주 주택은 있지만 매도 후 다운사이징 여력이 좁고, 주택연금으로 전환해도 평균 월 수령액이 70~80만원선이다.

이들 하위 40%의 60대 시점 가구 가용 노후 자금이 월 150만원 안팎이 된다. 60세 이상 1인 가구 적정 생활비 165만원에 못 미친다. 노후 빈곤 위험이 정확히 이 분위에서 시작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4년 노후 자금 분석 보고서가 한국 노후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그룹(약 40%)에 속하는 배경을 이 분포로 설명한다.

50대 가구가 지금 점검할 셋

본인이 50대라면 통계 평균값보다 본인 가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평균에 닿았다고 안심하거나, 평균보다 낮다고 미리 좌절할 필요가 없다. 세 가지를 점검하면 본인 노후 자금의 실제 사이즈가 보인다.

첫째, 거주 주택을 뺀 순자산을 따로 계산하라. 거주 주택을 평균 자산에 그대로 포함시키면 노후 자금이 실제보다 커 보인다. 거주 주택을 빼고 본 가용 자산이 2억 이하면 추가 적립이 시급한 단계다.

둘째, 국민연금공단의 본인 예상 수령액을 정확히 조회하라. 평균 65만원이 아니라 본인 가입 기간 기준 정확한 추정치를 받아야 부족분 계산이 가능하다. 부부 가구라면 양쪽 가입 이력을 합산해서 봐야 한다.

셋째, 사적연금 가입 여부와 잔액을 점검하라. 50대 사적연금 미가입자가 60대 진입 직전이라도 IRP에 퇴직금을 이연하거나 연금저축 한도를 추가 활용하면 60대 노후 현금흐름을 일부 보강할 수 있다. 늦었지만 빈손으로 60대에 진입하는 것보다 1억 추가 적립이 큰 차이를 만든다.

50대 노후 자금 5억이라는 권장치는 단일 가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거친 숫자다. 본인 가구의 자산 구성, 국민연금 가입 기간, 사적연금 활용도, 거주 주택의 다운사이징 가능성에 따라 실제 필요액이 3억에서 7억 사이로 갈린다. 평균값을 추종하는 것보다 본인 케이스의 실제 사이즈를 정확히 잡는 게 노후 준비의 출발선이다.

참고 출처

함께보면 좋은 글